
‘강남 묻지 마 살인’ 사건은 단순히 개인 범죄 영역을 넘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같은 온라인 공간에서나 횡행하던 ‘여성 혐오’가 현실 세계에서 집단적으로 폭발했다는 점에서 사회병리현상의 발현이며 인간 존엄성을 파괴하는 행위이다.
“못생긴 년들은 말하지 마라.” “××도 작은 새끼들이 목소리만 크다.” 차마 옮기지도 못할 상대를 향한 성적 비하 막말과 폭언이 추모 현장에서 난무하고, 한 여자 혹은 한 남자를 에워싸고 여러 명이 고성과 손가락질로 인민재판(?)을 하는 듯한 모습을 TV로 지켜보면서 어쩌다 우리가 여기까지 왔나… 심한 자괴감에 휩싸였다. 우리 사회는 지금 어디 한두 군데가 아니고 정신과 몸 모두 깊은 곳에 병이 들었다.
여자 앞에 김치, 스시, 된장 같은 말이 붙는 것에 이어 온라인 커뮤니티에 여혐(여성 혐오) 콘텐츠가 넘쳐난다 해도 그네들끼리의 감정 분출 ‘놀이’ 정도인 줄 알았다. 이제 ‘혐오’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노인 혐오, ‘헬(hell) 조선’ 같은 조국(祖國) 혐오에 ‘박혐(대통령 혐오)’ ‘친노 극혐(친노무현 혐오)’ 같은 정치 혐오, 급기야 ‘여혐’까지 왔다. 극단적 증오와 보복행위까지 포함된 혐오의 팽배는 분명 사회적 질병이다.
전문가들은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소통을 배우지 못한 구성원들은 약자에게 분노와 억울함을 비겁하게 표출한다”고 말한다. 여혐을 연구하는 사회학자들은 가장 큰 이유로 돈을 꼽는다.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양극화가 심화되며 취업이 어려워지는 등 삶이 팍팍해지는 젊은층, 그중에서도 남성들이 자신의 밥그릇에 도전하는 여성들을 미워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연애 결혼 육아 주거 모든 것이 쟁취의 대상이 되는 사회를 살아야 하는 남자들의 분노, 돈 많고 힘 있는 사람들이 예쁘고 잘난 여자를 ‘차지’하는 풍조가 여혐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