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통일전선부장이 장금철로 교체된 진짜 이유
1.스파이라인에서 외교부라인으로
2.하노이회담 실패 문책
3.비핵화회담 실패에 대한 군부강경파의 불만 무마
4.김정은에 대한 비판 차단
김영철이 통일전선부장에서 경질되고 외교라인에서 배제된 배경을 둘러싸고 분석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의 회고록 ‘피스메이커 138쪽에 김영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군복 차림의 젊은 김영철 인민군 소장은 날카로운 눈매에 찬바람이 감도는 쌀쌀한 태도로 아무 말 없이 손만 내밀었다.”
북측과 자주 접촉했던 정부 당국자들은 대체로 “김영철은 적대적이고,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했던 강경파 군인”이었으며 “미국에 대해서도 비타협적인 반미입장을 견지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그의 태도 때문에 미 정부에서도 ‘북미회담이 진전되려면 북한의 협상대표가 김영철에서 리용호로 교체되어야 한다’는 시각이 폭넓은 공감을 얻어왔지요.
그렇다면 그는 왜 경질되었을까요. 저는 네 가지로 분석해보았습니다.
첫째. 북미회담은 스파이라인에서 이미 외교부라인으로 바뀐 지 오래입니다. 미국이 대북 협상 창구를 CIA(중앙정보부)에서 국무부로 교체한 지 오래라는 것을 떠올리면 될 것입니다. 트럼프는 이미 CIA국장이던 폼페이오를 국무부장관으로 임명하고 앤드류김 코리아미션센터장도 물러났습니다. 대북협상 대표는 비건으로 교체됐습니다.
북한도 이미 리용호가 폼페이오의 카운터파트로 등장했고 최선희, 김혁철이 새로운 대화채널로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북미회담에서 김영철이 배제되는 것은 이미 예정되었다는 뜻입니다. 미국의 CIA는 고유의 역할과 한계가 있습니다. 정보와 공작은 하더라도 ‘정책’은 주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스파이 라인은 막힌 대화채널을 뚫는 데는 유용합니다. 그동안 북미관계를 주도해 왔던 국무부엔 ‘북한 비핵화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습니다.
조셉윤 전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북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여러 차례 발언한 바 있습니다. 북핵 해결을 역사적 치적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무부에 대화채널을 맡길 수는 없었겠지요. 북한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고 인적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는 CIA가 전면에 등장한 배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CIA코리아 임무센터는 그동안 흩어졌던 대북 정책 담당인력들을 한자리에 모아 400~500명의 인재들을 포진시켰다고 합니다. 북미관계는 대화채널 구축단계를 넘어 장기적인 ‘외교’적 프로세스로 진입해 있습니다.’전략’과 ‘정책’이 중요해졌다는 말이지요. 강경파 군부를 대표하는 김영철이 외교라인에서 배제되는 것은 이런 흐름 속에서 예정된,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다.
둘째, 많은 언론들이 분석한대로 하노이회담 실패 문책입니다.
하노이 회담이 빈손회담으로 끝난 뒤 ‘김정은의 북한 내 권위가 심각하게 실추되었다’는 데 외교안보전문가들의 진단에 큰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회담이 결렬된 후 북한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리용호는 “미국이 제재를 해제하면 영변핵폐기를 하겠다고 했지만 미국이 우리 제안을 거절했다”며 “우리 제안보다 더 좋은 합의는 없을 것이다”고 긴급기자회견을 했었지요. 협상결렬책임을 미국에 떠넘기는 입장 표명이었습니다. 최선희도 거들었습니다.
그녀는 하노이회담이 결렬되기 직전 김정은의 메시지를 가지고 황급히 달려가 “영 변에 있는 시설 모두를 폐기하겠다”고 입장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 CNN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은 시작부터 허우적거렸고 트럼프 대통령이 판을 깨고 걸어 나가려 하자 북한은 미국을 협상 테이블에 붙들어놓기 위해 막판에야 분주히 움직였다”며 북한이 처음엔 모욕을 줬다가 나중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인 것을 두고 "북한의 변덕스러운 협상 스타일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외교 접근법"이라고 했습니다.
워싱턴 북미회담 전문가들은 “아마 지금 북한 내부엔 김정은에게 ‘미국에 분노한다. 대미 초강경대응을 해야 한다’는 강경론 이외에는 다른 분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북한 체제 특성상 잘못 발언했다간 ‘미제 스파이’나 ‘반혁명분자’로 몰려 처벌받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이 하노이 회담결론에 대한 문책이 없이 그냥 넘어가기는 불가능 핳 것이라고 필자는 예상했었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 주 외무성 4명이 총살을 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공식적으론 김영철 및 김혁철 최성혜 등 4인이 문책 당했다고 했지만 대외대남라인에 대한 전면적 검열과 비공식 문책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셋째, 비핵화 회담 실패에 대한 군부강경파의 불만 무마 차원도 있다고 봅니다. 통일전선부는 당의 대남공작기관입니다.’통일전선’이란 말 자체가 대한민국의 국론분열과 친북세력화란 뜻을 담고 있습니다. 역대 남북관계에서 군과 통일전선부는 주도권과 이권을 둘러싸고 심각한 암투를 벌여 왔습니다. 2002년경 김용순 비서가 부인과 같이 행사를 마치고 가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사망하고 김양건도 2015년 12월 29일 새벽 6시 15분 경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긴장완화자체를 반대하는 군부강경파와 대화파의 권력암투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었습니다.
김영철은 골수 군인입니다. 중장까지 지냈고 군 정찰총국장을 지냈습니다. 비정규전 특수전 정보전 등의 최고책임자로 아시다시피 천안함 사건의 배후로 알려져 왔습니다. 그의 통일전선부장 임명은 김정일 정권 때의 선군정치의 연장으로 군이 통일전선부를 장악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김정일의 호칭도 국방위원장입니다).
극단적으로 단순히 말하면 북미회담과 남북회담은 비핵화와 돈을 거래하는 게임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군사적 긴장완화는 필수적입니다. 북한 군부의 불만이 고조될 수 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게다가 군부는 국경을 통제하며 석탄과 수산물 수출, 인력송출, 무기수출 등의 이권을 독점하다시피 해 왔습니다. 그런데 비핵화회담과 미중무역전쟁으로 제재가 강화되며 군부의 ‘꿀단지’는 쪼그라들었습니다. 비핵화 회담에 대한 군부의 반발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이후 노동당 조직지도부 주도하에 군부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과 부패세력척결 등 숙청이 행해진 것은 이런 북한 군부의 동향과 무관치 않다고 봅니다. 그동안 북한에선 군부강경파들의 반발이 김영철을 향해 집중되어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최고 지도자’로서 영을 세우기 위해 김영철에 대한 문책이 불가피한 또 하나의 배경이라고 할수있겠지요.
넷째, 김정은에 대한 비판 차단입니다.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은 국제관계, 국내통치 양면에서 심대한 위기에 봉착했다고 볼수 있습니다. 그동안 트럼프와 맞짱뜨는 모습으로 외교무대에서 존재감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다 뒤통수를 맞은 모양새입니다. 트럼프도 타격을 받긴 했지만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입니다. 국제정치무대에서나 국내정치적으로 충격파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미국 국내에서는 “트럼프 잘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고지도자’ 김정은은 다릅니다. 대담한 행보로 인민들과 북한 지배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오던 그의 권위는 크게 금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북한 지배층이나 인민들이 진정 원하고 있는 것은 ‘돈’입니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돈’은커녕 최고 지도자의 추락한 위신입니다. 북한은 미국과 비교라는 말조차 무색한 약소국입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장면만큼 약소국의 설움을 극적으로 보여준 사건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이 결국 위협으로 대국에 맞섰지만 국력의 한계가 드러났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에 맞서던 약소국 북한의 명백한 외교적 패배“라는 외교 전문가들의 분석에 동의합니다.
철권통치는 절대권위가 생명입니다. ’일당독재와 수령의 영도(領導)는 무결점 무오류의 영도다’라고 강변해왔던 북한체제의 위신이 이렇게 실추된 적은 이전에 없었습니다.
태영호 공사는 “하노이 회담 결렬로 대북제재 장벽에 가로막힌 북한이 기댈 곳은 러시아 뿐”이라고 진단한 바 있습니다.수령의 절대권위를 보전하고 특권층과 인민에게 떡고물을 나눠주고자 김정은은 김영철을 희생양으로 삼은 후 블라디보스톡으로 향했지만 결과에서 보여지듯 푸틴에게도 그의 절대권위에 월계관과 망토를 씌워줄 만한 마땅한 선물은 없었습니다.
김정은의 김영철 문책과 러시아 저자세 외교를 바라보며 문재인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북한의 이런 국제정치적 국내정세적 국면을 잘 분석해 한미 한일 관계 강화로 정책방향을 선회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대미 대북라인을 전면 교체해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트럼프와 아베의 밀착, 역사 다시 쓰고 있는 미일동맹 | 2019-05-31 |
김영철은 왜 경칠됐을까 | 2019-04-29 |
허문명의 빠른 논평-하노이 회담 결렬, 왜? | 2019-03-01 |
김정은위원장의 측근들 | 2019-02-22 |
허문명의 빠른 논평-2차 북미정상회담 | 2019-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