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 교수는 지난달 31일 미래부가 발표한 초고해상도 ‘뇌지도’ 사업에 대해 ‘10년간 3400억 원을 투자한다는 대규모 국책사업이지만 프로젝트 타당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조목조목 짚었다. 한국 문단의 거목 고 박완서 선생의 셋째 딸인 그의 담백하면서도 본질을 고민하는 모습에서 생전의 모친 모습이 겹쳐졌다.
그는 지난달 11일 뇌신경과학회 주최 공청회에 참석했다가 ‘뇌지도’란 말을 처음 들었다고 했다. “이미 미래부 공무원들과 연관된 과학자 그룹이 계획을 다 만들어놓고 설명하는 형식적인 자리였다. 인공지능(AI)이 유행이다 보니 미래부가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호 교수는 며칠 동안 선진 각국의 정부 주도 뇌 연구사업 동향을 파악한 뒤 더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도 ‘브레인 이니셔티브’라는 이름의 뇌 연구를 주도하고 있지만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었다. 문제점을 짚은 장문의 편지를 연구사업단에 보냈더니 곧 토론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해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미래부가 대대적으로 발표해 버렸다.”
호 교수는 수천억 원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을 최소한의 여론 수렴도 없이 밀어붙이는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 의문은 며칠 뒤 연구진을 만난 자리에서 풀렸다. 그들은 호 교수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문제가 많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일단 시작하면서 풀어가자. 이렇게 해야 미래부가 돈(연구비)을 준다고 하니 어떡하느냐. 빨리 기획안을 통과시켜 올해 안에 기획재정부 ‘예타’(예산타당성 조사)를 마쳐야 내년부터라도 몇백억 시범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