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정은위원장의 측근들

발행일: 2019-02-22  /  기고자: 허문명
면종:

김정은 위원장의 최측근은 누구?

   올해 김정은 신년사 발표는 유럽풍 서재와 소파도 눈길을 끌었지만 저는 무엇보다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발표장으로 입장한 김여정 김창선 조용원에 눈길이 쏠렸습니다. 
 
   신년사 TV 화면을 보면 노동당 정문이 화면에 비친 데 이어 복도 끝에서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90도로 인사를 한 후 김정은 위원장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김위원장이 복도를 걸어갈 때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웃으며 따라 가고 조용원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김창선 부장이 뒤를 따라 걸어갑니다. 그렇다면 이들 세 사람의 위상은 어떠하며 이들이 김위원장 뒤를 따르는 모습이 공개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공식적 권력순위와 실제 권력순위는 다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와 사회주의 국가는 실제 권력지도와 공식적 권력지도가 판이합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선 3권 분립, 견제와 균형원리에 의해 권력의 남용과 전횡을 제어하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권력 체제에서는 그런 장치들이 형식적입니다. 권력에 따라 피라미드 식으로 수직계열화 되어 있는 게 보통이죠. 또 정세변화와 내부 권력투쟁 양상에 따라 권력구도는 수시로 바뀝니다. 권력서열은 최고 권력자와의 거리, 신뢰도, 직접 보고를 얼마나 하느냐는 난이도(문턱)와 대면 횟수 등에 의해 결정됩니다.
 
   자유 민주주의국가가 ‘선거’라는 절차를 통해 권력이 수평적으로 이동하는 것과 달리 북한 정권처럼 수직적으로 권력이 세습되는 경우 권력 이동 양상이 많이 다르리라는 것은 누구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숙청’이 권력구도를 바꿉니다. 세습 초기에는 아버지 권력과 아들 권력이 권력을 나눠 갖는 이중 권력의 양상을 띠다 일정한 시기에 이르면 무자비한 숙청이 여러 차례 이어지며 아들 권력이 아버지 권력을 밀어내고 전면에 등장하는 과정을 밟습니다. 유럽의 절대 왕정, 러시아의 짜르, 아프리카 중동의 독재자의 경우나 심지어는 우리나라 재벌기업의 경영권 상속 시에도 아들이 경영권을 잡으면 ‘아버지 사람들’을 대거 인사에서 퇴출시키는 형태로 비슷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절대 권력자는 지도자라기보다는 지배자, 통치자이므로 부하들을 절대 불신합니다. 언제 배신당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혈육이 2인자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어 3인자로는 대개 가신 그룹, 4위는 자금 담당, 5위는 조직 담당이 권력을 맡는 서열을 보입니다. 군 책임자는 정세에 따라 또는 통치권자 스타일에 따라 2위에서 5위 사이에 배치됩니다.


   아버지 김정일로부터 권력을 승계받은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초기에도 김정일 권력의 핵심인 장성택을 중심으로 한 주류 세력과 김정은의 신 주류가 이중권력 양상을 보이며 공존했습니다.
   하지만 2013년 장성택을 처형하면서 아버지 권력의 주류가 대대적인 숙청대상이 됩니다.피의 살육이라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의 1차 숙청에 이어 서슬이 퍼런 신 주류의 부상 및 2,3,4차 숙청이 뒤따랐습니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하방(당의 상급관료들의 부패와 사상오염을 막기 위해 농촌이나 공장으로 보내 밑바닥에서 노동하며 반성하게 하는 것. 중국에서 유래된 재 교화 내지 숙청 방식)후 재 등용 또는 강등과 복권, 특진 과정을 거치며 충성도를 검증받고 절대충성심을 인정받은 인물들이 아들권력구도에 재배치됩니다.


   현재 북한도 아버지 권력의 주류를 밀어내고 신 주류가 전면에 등장하는 과정에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럼 신주류의 실세는 누구이며 권력서열은 어떻게 될까요? 혈육 김여정이 2위 가신 및 김창선이 3위 조직 조용원이 4위 노동당 조직지도부장 최룡해가 5위라고 보는 북한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김여정, 김창선 조용원 순(順)

   
  1)김여정

   1987년생으로 알려진 김여정은 어머니가 재일교포 출신 무용수였던 고용희로 김정은과 친남매지간입니다. 둘은1997년부터 2000년 말까지 스위스 베른 인근의 쾨니츠 김정은과 함께 헤스구트 공립초등학교에 다닌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각별할 수밖에 없겠지요.

   현재 공식직함은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자 정치국 후보위원입니다.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는 노동당을 이끌어가는 두 바퀴에 해당합니다. 2018년 2월 7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 대표단 일원으로 대한민국에 왔던 그녀는 문재인대통령 시진핑 주석,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자리에 빠짐없이 참석해서 그림자처럼 수행했습니다. 혈육으로서 김정은 위원장의 중요한 행사를 챙기며 김정은의 메시지관리를 총괄하는 그녀는 김정은 위원장의 지근거리에서 수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최고 실세라 할 수 있습니다.


 2)김창선

 

   김창선은 항일 빨치산의 혈통으로 1944년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의 당중앙위원회 위원이자 국무위원회 서기실장 및 의전국장입니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부속실장을 합쳐놓은 정도의 권력자입니다.
   일각에선 ‘집사’ 역할이라고 하지만 실제론 김대중 정부의 박지원 실장이나 노무현정부의 문재인 실장에 비견되는 권력자입니다. 태영호 공사가 낸 책 제목이 ‘3층 서기실의 암호’인데 책에 보면 서기실이야말로 김정은 체제의 심장입니다. 태공사는 책에서 ‘3층 서기실은 김정은에게 가장 근접해 직접 보좌하고 옹위하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라고 했습니다.
   바로 이 서기실 실장이 김창선입니다. 돈과 정보와 보고서가 모이고 밑에서 올라온 각종 보고서를 취합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고하고 그의 의견을 밑에 전달하는 컨트롤타워이니 한마디로 무소불위의 권력자라 할 수 있습니다.


  김창선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하노이에서의 행보가 실시간으로 보도돼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김위원장 숙소로 유력해보이는 하노이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을 닷새 연속 방문하고 회담장 후보지 중 한곳으로 거론되는 국립컨벤션센터(NCC), 베트남의 국부(國父)호찌민 전 주석 묘소, 베트남 정부 청사에도 모습을 드러냈고 17일에는 베트남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공장 주변도 둘러보았습니다. 정상회담을 전후해 김위원장의 사전 동선을 꼼꼼히 체크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3)조용원

 

  다음으로 조용원입니다. 김정은 측근들이 아버지 권력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많은 권력핵심들이 처형되거나 숙청되었는데 최룡해 황병서 등도 이 과정에서 예외가 될 수 없었습니다. 숙청과 검열을 통해 이 과정을 주도한 핵심 조직이 노동당 조직지도부(부장 최룡해)인데 제1부부장이 조용원입니다.

  통일부 북한정보포털에 보면 2018년 ‘김정은 위원장 동향 분석’이란 자료가 나와 있습니다.이 자료엔 김정은의 공개 활동을 수행한 수행자 통계나 나오는데 2018년 조용원이 51회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수행 빈도수가 권력서열과 꼭 등치되지는 않겠지만 황병서 퇴조, 김영철 상승, 최룡해 유지 조용원 상승 김여정 상승 이설주 상승(정상국가 이미지 위해 부부동반 행사참석행사 늘어난 결과)이라는 추이로 볼 때 수행빈도수는 권력질서와 상관관계가 꽤 있어 보입니다.

2017넌 2월 태영호 전 공사는 미 정부의 공식매체인 VOA(미국의 소리)를 통해 “북한을 실제로 조종하는 실세가 따로 있다. 노동당 조직지도부 조용원 제1부부장 등이 핵심실세”라고 했습니다.

김정일 시대가 선군통치였다면 김정은 시대는 당 중심 통치입니다. 국정원이 2017년 11월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최룡해 주도로 20년 만에 군(軍) 총 정치국을 검열하고 황병서·김원홍을 처벌했다”고 발표했는데 그 배경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노선 변경, 즉 선군(先軍)통치에서 선당(先黨)치로의 방향전환이 있습니다. 

이 때 조용원 제1부부장이 김정은 위원장에 직보하며 검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당과 군의 관계변화에 대해서는 조만간 따로 글을 올리겠습니다.

세 사람이 이번에 신년사 발표장에 등장한 배경은 대외적 측면 보다는 대내적 측면이 강해 보입니다.

①신주류 권력핵심이 누구인지를 북한 권부(權府) 실력자들에게 보여주며 이들의 지시나 명령을 잘 따르라는 메시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②북한 정권의 원로들이나 군부실력자들 당, 정의 고위인사들은 권력의 풍향에 민감합니다. 최룡해나 황병서 김영철 등 이미 숙청, 강등과 복직, 복권을 통해 한 번씩 ‘지옥의 맛’을 본 핵심인사들은 권력이 누구에게 집중되는 지, '동물적으로' 알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하급직원들이나 변방은 무게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릅니다. 김창선을 빼고 김여정 조용원 두 사람이 권력핵심에 부상한 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TV를 통해 이들을 보여주는 것이 수령의 의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 조직에 전달시킬 수 있는 방법일 것입니다.

③부수적으로 대외적인 메시지도 있습니다. 김여정과 김창선은 추후 대한민국이나 미국, 중국과 대화할 때 공식, 비공식 특사로 나설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가간 관계에서 직급과 격식을 따질 경우가 아닌 최고통치권자의 의중을 교환할 때 이들이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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