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우려
CNN은 1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가 주말동안 김정은 위원장에게 인편으로 전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CNN은 ’소식통에 의하면 북한의 최고위급 협상가인 전 스파이 총책임자 (former spy chief)인 김영철이 회담의 마무리를 위해 이번 주 워싱턴을 방문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북미정상회담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외신보도에 의하면 회담 장소는 베트남이 가장 유력해 보입니다. 문제는 회담의 내용입니다. 북한, 미국, 우리 입장에서 내용을 정리해볼까요.
Ⅰ 김정은 신년사로 보는 북한 입장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① 핵동결 의사 표명
“우리는 이미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 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하여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 왔습니다”
②한미군사훈련 중단 요구
“외세와의 합동 군사연습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외부로부터의 전략 자산을 비롯한 전쟁장비 반입도 완전히 중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입니다.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계를 평화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 협상도 적극 추진하여…”
③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에 대한 제재완화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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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미국 입장은 정확히 공개된 것은 없으나 보도내용만 정리해보면
①지난해 말 비건 대표의 방한 ”철도기공식 제재대상에서 제외” ”북한에 대한 미국인들의 여행제한 완화” 의사 전달
②지난 6일(현지시간) 트럼프 “북한과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 협의 중”
③지난 9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대북 인도적 지원 제한 조처 일부 해제하겠다고 민간 구호단체에 전달
④지난 11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 “어떻게 하면 미국민에 대한 리스크를 줄여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북·미 간) 대화에서 진전시키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미국민 안전이 목표” + 13일 CBS ‘페이스 더 네이션’에서는 ”제2차 북미정사회담 성사를 위한 구체적인 세부사항이 논의되고 있다“
보도내용만 종합해 보면 미국은 CVID(완전한 비핵화)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로 미국인의 안전을 보장하는 쪽으로 회담의 목표를 전환하면서 그 결과에 따라 부분적 제재완화 용의가 있다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북이 요구한 한미군사훈련중단요구에 대해서는 어느 선에서 수용할 지 아직 드러난 바는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기자회견에서 “ICBM이나 IRBM(중거리탄도미사일) 폐기라든지, 또는 그에 대한 생산라인의 폐기라든지, 또는 나아가서는 다른 핵 단지들의 폐지라든지, 그런 것을 통해서 미국의 상응조치가 이루어지고…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자리가 되지 않을까…”라고 발언해서 남북간은 몰라도 한 미간에 북미정상회담의 시기와 의제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교환이 이루어졌을 개연성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Ⅲ 대한민국 입장에서의 우려
① 주일미군, 북한을 핵 보유 선언국으로 분류
미국이 2차 북-미 정상회담 협상의 초점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로 잡았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주일미군(USFJ)이 최근 홍보 동영상에서 북한을 ‘핵보유 선언국(declared nuclear state)’으로 소개(동아일보 1월 15일자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며 미북간 비핵화 협상을 핵군축 협상으로 전환하여 비핵화 협상을 장기적인 ‘스몰 딜'(small deal)로 전환한다는 북한 입장이 실현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우선 제기됩니다.
②코리아 패싱 우려
ICBM IRBM 협상은 설계, 실험, 생산, 배치 시설 등에 대한 신고와 검증 폐기 등 ’미니 CVID 협상‘이라 볼 수 있을 만큼 장기간에 걸친 복잡한 과정입니다. 향후 북미관계는 이 협상이 사실상 북미 핵협상의 중심내용일 수밖에 없으며 이렇게 되면 CVID협상은 사실상 장기간 물 건너가게 됩니다. 미국만 북의 핵위협에서 벗어나고 한국은 북핵 위협 밑에 방치되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③한미동맹 약화
한미간 방위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돈이 많이 드는 한미간 군사훈련의 중단과 주한미군의 철수 전략자산을 통한 핵우산에서의 제외 등 한미 군사동맹은 현저히 약화되는 결과도 예상됩니다.
④남한은 돈만 댈 우려
북미회담 결과 미국이 내밀 수 있는 제재완화 안 중 미국이 이미 밝힌 인도적 지원, 인적 왕래 허용 외에 가장 만만하고 북이 원하는 게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전면 재개와 남북 철도연결 등 남북 경제협력입니다. 북핵 보유가 기정사실화되며 대한민국만 핵위협 밑에 방치될 뿐 아니라 남북경협에 돈만 대는 입장이 될 공산이 커 보입니다.
Ⅴ. 국론모아야
2019년 벽두부터 한반도를 둘러싸고 외교 안보적 환경은 요동칠 것으로 보입니다. 북미회담에 이어 한미 남북회담이 열리고 미중회담 북일회담이 뒤따를 것이며 종전선언을 위한 다자회담도 열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한미관계입니다. 오늘자 동아일보 1면은 ‘비핵화 갈림길서 길 잃은 한국외교’라는 제목으로 ‘요즘 미국의 지한파 인사들은 방한 시 외교 관계자들을 만날 때 자주 “한미 관계를 이대로 둘 꺼냐”고들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싱크탱크 관계자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란 말은 지금 북핵 해법을 둘러싼 한미 양국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 까지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미 중앙정보국(CIA) 한국 분석관 출신인 브루스 클링너 미 해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한미간 정책 차가 너무 커서 이제는 숨길 수 없는 수준“이라고까지 했군요.
시급히 국론을 모아야 할 때라고 봅니다. ‘4강 외교’의 실종을 걱정하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것도 요동치는 동북아 안보질서의 지형변화 때문입니다. 정당 국회에서 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정보를 더 공개하고 의견을 수렵하며 사회각계각층의 여론을 모아 돌다리도 두드리듯이 신중하게 그리고 속도조절을 해가며 대응해야 합니다. 한미방위비 협상도 조속히 타결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동맹 관리에 즉각 착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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