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수교 70주년인 올해 새해 첫 바깥 일정을 시진핑과의 회담으로 잡은 것은 향후 김정은이 중국과의 관계를 국정 최우선순위로 두고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 생각됩니다. 김정은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전후에 3번 북중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관계를 긴밀히 조율한 바 있습니다. 이번 방중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우호관계를 미국에 과시하면서 북중간 현안을 공유하며 긴밀히 공동 대응하겠다는 뜻입니다.
북중 회담의 목적을 세분해보면
첫째, 북미관계의 현안조율입니다. 북미회담의 사전 준비과정을 설명하고 트럼프와의 회담에서 북한이 내세울 요구사항을 중국과 협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 군사훈련의 완전 중단, 전략자산의 한국내 배치 및 전개 중지, 주한미군 철수,종전 선언을 위한 4자회담 개최 금강산, 개성공단재개에 대한 제재해제 등입니다. 이들 요구사항 중 중국이 반대할 내용이 없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어 보입니다.
둘째, 전략적 북중 협력 관계 타진입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단기적, 장기적 경제적 지원책이 어디까지인지를 타진하고 확답을 받아내려는 것입니다. 북중 관계의 업그레이드 및 전략적 대비 공동협력체제 구축에 대해 의견교환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제재완화요구에 대해 중국이 더 큰 목소리를 내달라는 요청도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셋째, 미국에 대한 경고입니다. 김정은은 2019년 신년사에서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모습을 강요하려 들고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 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 새로운 길과 관련하여 앞으로 미국과는 연락만 하고 친중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을 시위하는 것입니다.
넷째, 중국도 당의 정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고 북한도 김정일 시대의 선군정치 대신 당 권력 강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방문은 정부 대(對) 정부 회담이라기보단 당과 당의 협력을 강조하는 형식을 견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당 대 당 교류가 우선한다는 원칙에 따라 이번 김정은 위원장 방중 사실을 공산당 대외연락부가 발표했으며, 북한 또한 방중 발표 시 핵심 인사의 노동당 직함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수행은 리설주를 비롯해 노동당 중앙위원회의 김영철·리수용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과 경제통인 박태성 부위원장이 했습니다. 군사분야 책임자인 노광철 인민무력상도 참가했습니다. 북중간의 현안이 군사 경제 외교 현안 전반에 걸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섯째, 방중의 타이밍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현재 미중은 베이징에서 무역협상안을 만들기 위한 차관급 회담을 진행 중입니다. 전 세계의 눈과 귀가 베이징에 쏠려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전격 방중이나 초청 카드는 역시 선전선동에 능한 사회주의 국가들의 면목이 보여지는 대목이라고 생각됩니다.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은 북한 비핵화에 협조하느냐 마느냐 하는 협상카드가 있음을 미국에 극적으로 과시할 수 있고 김정은은 이런 중국 입장에 힘을 실어 주면서 중국으로부터 댓가를 얻어내는 동시에 미국에 대해서도 중국과 더 밀착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계산인거죠.
실제로 미국 언론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많은 언론이 김정은 시진핑 회담의 의미에 대한 분석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의 표현이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바다에는 무척 많은-최소한 다른 하나(필자 주=중국을 지목한거죠)-물고기가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제목으로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대미 협상이 여의치 않으면 경제와 외교정책에 다른 선택권이 있다는 걸 경고했다’고 했습니다. 김정은이 두번째 정상회담에 확신이 없어서 중국을 등장시켰다는 전문가 말도 덧붙였습니다.
한편 CNN은 "김 위원장의 방중은 트럼프 행정부에 워싱턴과 서울이 아니더라도 의지할 수 있는 외교·경제적 선택지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주장하는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미중 북미 외교전이 불을 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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