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허문명의 빠른 논평-유시민의 대선 불출마 속뜻은

발행일: 2019-01-07  /  기고자: 허문명
면종: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 유시민 이사장이 1월7일 팟캐스트 방송 ‘고칠레오’를 통해 “선거에 나기기 싫다”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계 복귀설을 부인했다. 그는 “대통령 자리는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국가의 강제 권력을 움직여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며 “그렇게 무거운 책임을 저는 안 맡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를 다시 시작하면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이 다 을(乙)이 되는 것”이라며 “저만 을이 되는 게 아니라 제 가족도 다 을이 될 수 밖에 없다”면서 선출직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다.
    

                                               (출처-유시민의 알릴레오 화면캡쳐)


    일견 고개를 끄덕일만한 대목이 적지 않다. 장관직을 그만둔 후 작가와 방송인으로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온 그였기에 365일 감시받는 것은 물론 권력을 향한 최고 욕망의 에너지들이 24시간 스파크를 일으키는 초긴장 삶을 산다는 것은 그의 말처럼 가족까지 ‘을’이 되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리라. 하지만 세상이 과연 그의 말대로 될까. 무엇보다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 1위로 나오는 그가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전혀 없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말에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생각이다. 
 

    첫째, 이번 불출마 선언으로 문재인 정권의 레임덕을 촉진했다는 책임을 비껴가려는 정치적 계산이다.
  여권 내에서 차기 대선주자의 조기 부상은 현 대통령 권력의 레임덕을 가속화한다. 현 정부의 인기가 떨어지고 차기 후보 인기가 올라가면 집권 세력의 분열이 일어나고 당내에서도 원심력이 작동해 분화현상이 발생한다. 친문세력이 안희정 이재명 박원순 등의 존재를 부담스러워 하고 이들을 대선주자 반열에서 밀어내는데 앞장섰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시민 이사장도 예외가 아니다. 차기 주자로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순간 민주당 내에서 유시민계가 출현하고 ‘유빠’들이 세력화되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범 친노, 친문 세력, 청와대, 민주당 주류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모를리 없는 그로서는 앞으로도 수십번 ‘저를 믿어주세요, 대선출마 절대 안하겠습니다’라고 재다짐, 재재다짐해야 할 것 같다.

    둘째, 자기보호 차원이다. 차기 대선주자가 되는 순간 1:99의 정치구도 속으로 던져지면서 여야의 집중포격과 신상 털기에 전면 노출되게 되어 있다. 조기 공세를 너무 많이 받으면 조기 낙마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이미지도 식상해지고 부정적 이미지는 갈수록 덧씌워질 수 밖에 없다.

    셋째, 안한다고 하면 하라고 하고 한다고 하면 끄집어 내리는 게 대중심리다. 대선 출마 안한다고 해야 오히려 지지율이 올라가는 역설적 대중 심리를 대중감각이 뛰어난 그가 모를 리 없다.

    넷째, 조기등판에 대한 부담이다. 사실 그의 입장에서만 보면 지금보다는 1년쯤 후에 나오는 게 더 나을 수 있었다. 총선 전에 나와서 총선 아젠다를 제시하며 총선 승리에 기여하며 등장하는 게 더 나았을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인기가 너무 빨리 떨어지며 자멸양상을 보이자 준비운동 없이 급하게 뛰어 나온 듯 보인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 청와대와 이해찬 대표 등과 교감 내지 조율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는 실제로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을 성장절벽으로 내모는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정책을 홍보하고 있다. 지난 2일 “경제위기론은 보수진영의 이념동맹 결과물”이라고 주장한 건 그 이틀 전 대통령이 “우리 사회에 경제 실패프레임이 워낙 강력하다”고 말한 것과 일치한다.

   유시민은 누가 봐도 차기 대선주자 1순위다. 나는 오래전부터 그렇게 생각해 왔다. 하지만 그가 방송에서 문 정부를 옹호하기 위해 많은 말들을 쏟아내다 보면 견강부회식 억지논리를 펼 가능성이 많고 설화(舌禍)사건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20대 남자들이 유독 문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20대 남성들이 군대ㆍ축구ㆍ게임으로 시간을 빼앗길 때 공부하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질투’로 이야기해 역풍을 받았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말과 행동이 많아지면 자기발목을 잡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뉴리더로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자산과 부채와 오명을 울며겨자먹기로 떠안을 수 밖에 없다. 현 정권의 철학을 알리는 ‘어용 지식인’을 자처하는 것도 친노 친문 세력을 결집시키는 데는 도움이 될 지 모르나 지지기반 확산에는 부담이다. 문재인 정권의 경제실패를 적폐세력의 보수기득권의 이념동맹으로 치부하는 것도 정치공세로는 몰라도 지식인적인 접근으로서는 다소 무리수가 있어 보인다.
 
   유튜브를 통한 홍준표의 홍카콜라와의 전선이 그의 유투브 등판의 명분이었지만 이 역시 이미지상 부담이 될 수 있다. 당을 불문하고 올드 리더와 싸우면 뉴리더가 손해다. 유시민의 전략 정책 메시지는 아직 거칠어 보인다. 워밍업 없는 조기등판의 후유증과 부담이 있어 보이는 대목이다.

 ※ P.S. 이 참에 자유한국당에 한마디. 현재 홍준표를 대신할 차기 선발투수급이 안보이는건 차기 총선과 대선 가도에서 가장 큰 약점이다. 내부에 없으면 밖에서 트레이드를 해서라도  선발투수급들을 시급히 영입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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