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이 젊은 작가들의 놀이터로 변했다. 1일 오후 6시. 미술관 1층에 설치된 음향시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대형 스피커 위 화면에는 작가 윤사비 씨가 실시간으로 치는 컴퓨터 글자들이 이어졌다. ‘수도권 사랑 풍경’이라 명명된 이날 개막식 연주 퍼포먼스는 실시간으로 연주되는 음악을 ‘연애’ ‘남의 집 사생활에 수군거리는 이웃들’ ‘내밀한 감정의 언어’라는 주제를 담은 글자로 중계해 연주회 하면 떠오르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렸다. 신세대 작가 특유의 상상력이 엿보였다.
일민미술관이 젊고 새로운 작가들을 발굴하여 후원하기 위해 매년 여는 ‘프로젝트 139’ 2005년 전은 이렇게 막을 올렸다. 올해의 제목은 다소 낯선 이름인 ‘사계청소(射界淸掃·Clearing the Field of Fire)’. 사계청소는 군사지역 내에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방해물을 제거하는 작전을 일컫는 군사용어.
전시에 참여한 9명의 젊은 작가들은 자신들이 막 활동하기 시작한 미술무대를 군사지역으로, 기존 제도권 미술이 강요하는 각종 고정관념과 권력을 제거해야 할 방해물로 은유한 다양하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선보였다.
오수영 씨는 생수병 뚜껑과 우산, 가스 요금 고지서 등 동료 작가들의 소지품을 코드로 일상의 이면을 엿보는 회화를, 김지혜 씨는 미군기지 확장 계획으로 사라질 지역에서 마주친 사물들을 담은 사진들을 통해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애정과 비판정신을 담았다. 최재훈 씨는 전시장인 일민미술관을 축소한 미니어처에 여행용 가방 등을 설치하는 미니 개인전을 통해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제도와 권력의 관점에서 조망했다.
자신의 성장기 시절 상영됐던 만화영화 ‘똘이장군’을 현실에서 재현한 옥정호 씨는 스스로 얇은 천으로 된 똘이장군 팬티를 입고 외국인 친구를 타잔 복장으로 변신시켜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와 경복궁, 광복절 기념식장 등을 활보하며 찍은 사진과 비디오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만화와 현실을 결합해 실제와 환상이라는 개념을 유쾌하게 넘나든다.
김영은 씨는 7개의 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7명의 서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소통의 의미를 묻고, 유희원 씨는 자신과 남편을 실제로 등장시키는 영상작업을 통해 따뜻한 연애와 차가운 결혼을 대비시킨다. 25일까지. 02-2020-2055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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