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국화 기품에 반하고 색·향에 취하고

발행일: 1997-10-23  /  기고자: 허문명
면종: 생활·여성
 

◎ 25일부터 내달 9일까지 용인에버랜드 “국화잔치”


옛선인들은 국화에 천지가 담겨있다고 했다.


곧은 줄기는 하늘이요, 섞임없이 순수한 황색 꽃송이는 땅이라 했다.


또 일찍 심어 늦게 핌은 군자의 덕이며 가을서리를 뚫고 꽃망울을 터뜨리는 것은 강직한 기상을 담고 있다고 사군자의 하나로 아꼈다.


국화는 특히 건강에도 좋다하여 옛 사람들은 민간요법에 많이 썼다.


말린 국화잎을 베갯속이나 이불솜으로 쓰면 잠자리가 편하고 미용에도 좋다고 해 목욕물에도 썼다. 국화는 특히 두통에 잘 듣는다고 알려져 있으며 흰 국화는 기를 진정시키고 조절하는 기능이 있고 황색꽃은 소화흡수를 돕는다고 했다.


또 국화를 오래 쳐다보면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데 좋다는 것. 중국 민간요법을 적은 신농본초경은 국화향을 오래 마시면 혈기를 좋게 하고 몸을 가볍게 해 노화를 막아 수명을 늘려준다며 국화를 「장수의 꽃」으로 설명하고 있다. 89년 미항공우주국은 국화가 실내오염물질 제거에 탁월한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벤젠 프롬알데히드 트리클로로에틸렌 등 간암 간경화 유발물질을 제거하는데 가장 좋은 식물의 하나라고 밝히기도 했다.


25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용인 에버랜드에서는 전국국화경진대회가 열려 1만여평의 대형 국화밭이 펼쳐진다.


한국화훼협회와 에버랜드가 공동주최하는 이 행사에는 한반도 지도와 불국사 다보탑 석가탑 등의 모양을 본뜬 국화들을 비롯, 3천여점의 각종 신묘한 국화들이 선보인다.


굽이굽이 세월을 겪고 거울 앞에 선 누님의 얼굴같다는 시인의 비유가 아니더라도 숨막힐 듯 이글거렸던 태양과 찬바람의 신산을 거쳐 비로소 꽃망울을 터뜨린 국화를 보며 저물어가는 올 한해 잠시 지친 숨을 가다듬는 것은 어떨까.

 

〈허문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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