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작은 영화, 긴 여운… Independent Film 인디 영화

발행일: 2006-03-16  /  기고자: 허문명
면종: 문화
 

올 아카데미가 인디 영화들의 잔치였듯 한국 영화계도 인디 영화가 선전 중이다. 매주 새로 개봉하는 수많은 상업영화들 틈바구니에서 3∼5개관 개봉에 불과한 이들 ‘작은 영화’들은 보통 개봉 첫 주를 사수하기도 벅찬 상황이나 요즘 극장가에는 이례적으로 한 달 이상 롱런 중인 게 많다.


○ 일부 수작, 관객호응 높아 롱런 성공

 

1월 말 불과 5개 상영관에서 개봉된 일본 영화 ‘메종 드 히미코’는 7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이 영화는 젊은 날 게이(남성동성연애자) 클럽을 이끌던 히미코가 늙어서 옛 가게 동료들과 함께 바닷가 옆 일종의 게이 공동체 같은 양로원을 짓고 사는 이야기를 그렸다. ‘왕의 남자’ ‘브로크백 마운틴’에 이은 동성애 코드이긴 하지만, 밝고 경쾌하게 휴머니즘을 다뤘다는 평가다.


서울 종로 시네코아에서 단관 상영 중인 ‘신성일의 행방불명’도 개봉 5주차에 돌입하면서 16∼2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씨네마오즈로 옮겨 연장 상영한다. 필름 없는 디지털방식이기 때문에 하루 한 회 오전 상영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종영이 아쉽다’ ‘다시 보았으면 좋겠다’는 팬들의 관람 평이 잇따르고 있다. 고아원을 무대로 식욕이 죄가 되는 이상한 세계를 통해 냉소와 유머를 합쳐 위악으로 현실 세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는 평.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에서 1월 말부터 상영 중인 선댄스 영화제 수상작 ‘미 앤 유 앤 에브리원’과 지난주 개봉된 태국 영화 ‘시티즌 독’도 관객 점유율이 높은 편. 영화사 동숭아트센터 장선영 씨는 “두 편의 영화를 교차 상영 중인데 주말 관객 점유율이 평균 70%를 웃돈다”면서 “생각보다 관객 반응이 좋아 장기 상영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 수입-배급사들 잇단 전용관 설치

 

프랑스문화원과 동숭아트센터가 손잡고 1월 중순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하이퍼텍 나다에서 프랑스 영화를 상영하는 ‘시네 프랑스’도 대부분 매회 매진 사례다.


지난달 서울 종로 시네코아에서 개봉된 독립 장편 옴니버스 ‘눈부신 하루’도 개봉 2주를 넘기고 1주 연장 상영했다. 지난해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독립영화 배급사 인디스토리가 제작한 이 옴니버스 영화는 하루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한일 젊은이들의 세 가지 단상을 30분짜리 세 편으로 조명했다. 인디 영화의 아카데미 돌풍은 국내 수입 배급사에도 영향을 미쳐 외국 인디 영화를 주로 취급해 온 영화사 백두대간(브로크백 마운틴)과 타이거 픽쳐스(크래쉬)도 고무되어 있다.


인디 영화의 선전에 따라 인디 영화 수입을 주로 해 온 영화사들도 새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간 ‘아무도 모른다’ 등 몇몇 작품에 한해 배급을 맡았던 동숭아트센터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배급사업에 뛰어든다. 김난숙 영상사업팀장은 “극장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오히려 차별화 전략만이 생존의 길”이라며 “3월 개봉 예정인 장률 감독의 ‘망종’을 시작으로 ‘키리쿠와 야수들’(프랑스)과 ‘호텔 르완다’(캐나다 영국 남아공 합작) 등의 해외 인디 영화 배급사업을 중점적으로 진행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메종 드 히미코’ ‘타임 투 리브’ ‘더 차일드’ ‘신성일의 행방불명’을 배급한 영화사 스폰지도 1월부터 종로 시네코아 한 관을 인디 영화 전용 상영관 ‘스폰지 하우스’로 꾸며 운영 중이다. 예술영화 전용관 필름포럼을 운영하며 해외 예술영화를 주로 수입해 배급해온 영화사 이모션 픽처스도 2월 중순 개봉된 김응수 감독의 ‘달려라 장미’를 시작으로 국내 인디 영화의 배급을 시작했다.


박상백 팀장은 “5월 중 창립 작품으로 ‘내 청춘에게 고함’을 개봉할 계획”이라며 “아직 시장상황은 미지수이지만 일단 낙관적으로 보고 HD(고화질) 영화 등 작품성 있는 저예산 인디 영화를 계속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04년 10월 서울 강변과 상암, 부산 서면에 인디관 운영을 시작한 멀티플렉스 극장 CGV도 4월에 인천 CGV 인디관을 추가한다.


○ 작품성 관건… 국가별 선호도도 달라

 

CGV 인디관 담당자 강세아 씨는 “다른 영화 보러 왔다 시간이 안 맞아 우연히 인디관에 들렀다가 마니아가 된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멀티플렉스 인디관은 시너지 효과가 있다”며 “전반적으로 인디 영화에 대한 관심은 있는데, 영화에 따라 편차가 심한 게 특징이다. 나라에 대한 차별도 심해 이란 태국 싱가포르 영화는 거의 안 본다”고 전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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