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나 양육에 도움도 안 되고 스트레스만 주던 전남편, 주말부부라는 형식의 불안한 결혼과 반복된 별거, 그 속에서 아이를 혼자 키워야 한다는 정신적 부담감은 말할 수 없이 컸다. 나 혼자 서야 한다는 각오 속에는 얼마나 큰 울음이 담겨 있는지 겪어 본 여성만 알 것이다. 모든 걸 혼자 다 해내야 하는 서글픔, 돈도 벌어야 하고 밥도, 청소도 해야 하고….’ 시인 신현림(44) 씨가 이혼 후 딸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적은 ‘싱글맘 스토리’(휴먼앤북스 발행)를 펴냈다. 저자는 “싱글맘이 훈장 같은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싱글맘이 당당하게 살아갈 힘을 함께 나누기 위해 썼다”고 말했다.
‘고백서’라고 자칭한 책답게 글 곳곳에는 이혼의 아픔에서부터 생계와 가사를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생활의 고단함, 자식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진한 외로움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다친 손가락이 아파도 쉬지 못하고, 도서관에서 글 쓰다 왔다. 간신히 애 목욕시키고 책도 읽어 줬는데 잠을 자지 않는다. …내 손가락에 감은 붕대가 두툼한 것이 무섭다며 짜증을 낸다. …두 사람의 인생을 꾸려 가기 위해 한 사람분의 인생은 죽을 정도로 고단하다는 각오로 살지만, 오늘은 목 놓아 울고 싶을 정도로 아프다. 아가야 너도 아프냐. 이 어미도 몹시 아프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기준 싱글맘 가구는 총 92만3000가구. 2010년에는 140만 가구에 육박할 것이라고 한다. 최근 본지의 ‘싱글맘’ 시리즈(10월 10, 11, 12일자 A5면)에서도 짚었지만, 이들은 생계 부담과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
초반의 막막함과 절망을 이겨내고 이제는 익숙해지고 단련이 되어 있다는 신 씨는 “나는 실패를 한 게 아니라 다만 선택의 실수(이혼)를 했을 뿐”이며 “이제 아이에게도 ‘사람들 얼굴이 다 다르듯이 어떤 애는 할머니랑 살고, 아빠랑도 살고, 우리처럼 엄마랑 사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니 이 다름을 존중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씩씩 엄마’가 되었다”고 말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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