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 스크린속 주인공 삶의 교훈 속삭이다

발행일: 2005-09-03  /  기고자: 허문명
면종: 문화
 

다종다양한 필자들이 영화를 화두로 한 책들을 쏟아낸다. 확실히 ‘영화의 시대’임을 실감하게 해 준다. 개중에는 ‘어설픈 교배’인 경우도 많다. 이 책 역시, 제목만 보면 철학과 영화를 단순히 섞었을지 모른다는 의구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일단 저자가 ‘이왕주’라는 점에서 눈길이 갔고, 저자는 ‘철학과 영화의 이상적인 화학적 결합’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부산대 윤리교육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미 ‘소설 속의 철학’(김영민 공저·문학과 지성사)을 통해 소설 속 삶과 현실의 삶을 교직시키며 쉽고 깊이 있는 인문학 글쓰기의 전형을 보여 준 바 있다. ‘하이데거의 예술철학에 대한 연구’로 경북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 버펄로대에서 다양한 영화철학 관련 세미나에 참여하면서 영화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예술문화영상학과 교수를 겸하고 있으며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까지 지냈으니 단순한 관람자는 아니다.


저자는 ‘트루먼 쇼’에서 ‘친절한 금자씨’에 이르는 29편의 영화를 소재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니체 들뢰즈 등의 철학을 종횡무진 넘나들면서 그들의 메시지를 쉬운 언어로 전한다. 책 제목대로 ‘영화에 캐스팅된 철학이 아니라 영화를 캐스팅한 철학’답게 다양한 영화 속 주인공이 현실 속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성찰한다.


예를 들어 온 세상이 자신의 생활을 엿보고 있음을 모른 채 살아가던 트루먼(‘트루먼 쇼’)이나 아름답게 꾸며진 동화세계의 논리에 따라 거짓 모습으로 살아온 피오나 공주(‘슈렉’)는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버릴 수 있는 자만이 해방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또 플랫폼에서, 화장실에서 낯선 댄스 스텝을 익히던 중년의 사내(‘쉘 위 댄스’)와 이제는 세상에 없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춤 속에 담아내는 어린 소년(‘빌리 엘리어트’)은 삶이 그저 살아내야 하는 투쟁이 아니라 신명을 통해 축제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임을 보여 준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타인을 이해하고(‘여인의 향기’), 타인의 취향을 인정하고(‘타인의 취향’) 그 아름다움에 시선을 돌릴 줄 아는(‘흐르는 강물처럼’) 것이다. 이미 휘어진 세상 속에서 잔인하게 짓밟히는 사랑을 온몸으로 체험하면서 더 지혜로워지는 영화 ‘오아시스’의 주인공 홍종두처럼, 행복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자에게, 행동하는 자에게 온다.”

 

<허문명 기자> ang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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