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영원’으로 만드는 게 사진의 매력이라면 사진집 ‘THE MOMENT’(동아일보사 간·사진)는 그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책이다. 동아일보 창간 85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1920년 창간 때부터 2005년 현재까지 현장을 뛰었고 현재 뛰고 있는 사진기자 92명의 사진 597장을 묶어 냈다. 동아일보 사진부는 1920년 4월 1일 동아일보 창간과 더불어 출발했다. 당시에는 독립된 부서라기보다 일본인 사진기자 한 명이 전부였던 편집국 ‘사진반’이었다.
이후 송덕수 윤흥학 문치장 최복순 홍병욱 신낙균 윤필구 강대석 서영호 백운선 권태완 조원형 최경덕 등이 합류해 광복 전까지 사진부에서 활약한 사람들은 모두 14명. 일제강점기 총독부의 검열로 삭제된 사진만도 73장에 달한다.
총 480여 쪽에 달하는 이 책에는 이처럼 광복 전 동아일보 사진부의 역사를 담은 글과 함께 최초의 독도 항공 촬영(1965년) 사진과 권력층과 부유층이 산다며 현대판 아방궁이라 꼬집은 서울 동빙고동에 처음 등장한 빌라형 아파트(1970년) 사진을 찍은 고 최경덕 기자의 작품에서부터 시작해 총 92명의 기자들이 입사 순서에 맞춰 대표작들을 뽑아 실었다.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88 서울올림픽, 1987년 6월 민주항쟁, 2002 한일월드컵 등 굵직굵직한 역사의 현장은 물론, 요즘 젊은이들은 영화에서나 보았음직한 실미도 북파공작원들의 버스 안 수류탄 자폭사진(1971년·김용택 찍음),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환영 만찬에 초대된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씨가 클린턴 대통령과 악수하기 직전 바지가 벗겨진 순간을 찍은 사진(1998년·김녕만 찍음) 등 역사의 거시적인 현장과 그 속에 숨어 있는 인간의 숨결까지 녹아 있어 살아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 교과서로 손색이 없다. 15만 원. 02-361-1091∼7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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