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 예술작업은 得道의 과정 '나는 붓을 던져도 그림이 된다'

발행일: 2005-03-05  /  기고자: 허문명
면종: 문화
 

◇ 나는 붓을 던져도 그림이 된다/박영택 지음/328쪽·1만5000원·아름다운 인연


미술평론가인 박영택 경기대 교수가 예술가 50인의 삶과 예술세계를 ‘불교적 사유’라는 관점에서 묶어 소개한 책이다. 전시를 보고 작가들을 만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저자는 “한국 작가들은 작업을 일종의 수행과정으로 보는 경향이 많다”고 지적한다. 마치 성불(成佛)하려고 애쓰는 스님들처럼 작업을 도(道)의 과정으로 보는 작가들은 인연, 업, 윤회, 순환, 상생 등 불교적 사유에 해당하는 용어들을 빈번하게 작업의 주제로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불교정신이나 종교성을 띤 작품들도 있지만, 불교적 상상력을 일상을 표현하는 데 사용한 작가도 많다.


예를 들면 1930년대에 역사적 전망이 불가능한 식민지 상황에서 현존 질서에 대한 전복을 꿈꾼 근대조각가 김복진은 식민지 조선인들에게 희망과 위안을 주고 미래에 대한 아름다운 꿈을 제시해 주는 미륵사상을 과감하게 조각 작품에 실현했다. 또 평생을 술과 그림으로 소진한 장욱진, ‘인생은 공, 파멸’이란 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권진규, 낮에는 돌을 쪼고 밤에는 좌선을 한 조인구 등의 자유로운 삶과 예술을 만날 수 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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