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출판 담당기자를 하며 느낀 고민을 독자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대다수 신문들이 서평 지면을 만들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동아일보는 매주 토요일 ‘책의 향기’를 내고 있고 조선 중앙일보도 같은 날 북섹션이 있습니다. 제가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의 하나가 ‘어떻게 같은날 3대 일간지 북섹션의 1면 톱이 똑같은 책이냐’는 것이었습니다. 출판사가 한 두 개가 아니고 한 주에 쏟아져 나오는 책 역시 수백권이 넘는데도 어찌하여 약속이나 한 듯 3대 일간지에서 가장 비중있게 다루는 책들이 똑같은가? 어떤 독자들은 아예 정색을 하고 저에게 “모종의 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며 눈을 흘기시더군요.(^^)
우리나라 신문들의 내용이 엇비슷하다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북섹션마저 붕어빵이라는 비판을 받게 된 것이 안타깝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북섹션 역시 ‘뉴스’라는 속성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뉴스성을 중시하다 보니 새로 나온 책 중에서 내용이나 완결성 등을 따져 크게 소개할 책을 선택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한 주에 신문사로 오는 책들이 대략 60∼70권 정도이지만 그 주에 선택되지 못하면 대개 소개될 기회를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새 책이 뉴스성이 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쏟아져 나오는 책들 중에 정말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양서’(良書)가 그리 많지 않고 좋은 책을 고르는 일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어떻든, 신문사들이 똑같은 책들을 놓고 선택하다 보니 어떤 때는 저희들도 놀랄 정도로 ‘보는 눈’이 비슷해집니다. 공들여 성실하게 만든 책들에 대한 평가는 엇비슷하더라는 거지요.
그리고 시간에 ?i기느라 어떤 책은 핵심을 제대로 짚지 못하거나 과대평가를 한 경우도 있고 어떤 책은 지나치게 소홀하게 취급한 사례도 없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마오쩌둥의 딸이 쓴 ‘나의 아버지 모택동’(범우사)은 사실은 아버지의 이름을 빌어 어머니와 가족 얘기를 주로 한 것인데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채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에비타 페론’(홍익출판사)은 1면 톱으로 소개했어도 손색이 없었을 것이라는 독자들의 의견이 많았습니다.
앞으로 ‘책의 향기’는 신문의 속성상 뉴스성과 신선도도 물론 고려하겠지만 책의 가치를 정확하게 판단해 소개하기 위해 ‘숨어 있는 보석’ 즉, 구간(舊刊)을 제대로 평가하고 소개하는 데에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독자들에게 유용한 책이라고 판단되면 출간 시기와 상관없이 과감하게 소개할 생각입니다. ‘책의 향기’에서 크게 소개한 책 중에 완결성이 떨어지는 책은 재평가해서 과감하게 비판하고, 소홀하게 다뤘던 좋은 책들은 신구(新舊)에 상관없이 다시 소개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우정어린 충고’를 부탁드립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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