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우석 “나는 죄인… 연구로 속죄하고 싶다”

발행일: 2011-09-26  /  기고자: 허문명
면종: 종합
 

 

19일 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을 통해 줄기세포산업 육성 의지를 밝힌 가운데 황우석 박사(58·전 서울대 교수)가 입을 열었다.


2006년 4월 인간배아복제 논문 조작으로 서울대에서 파면된 이후 2009년 월간지와의 짧은 인터뷰를 빼고 언론과 접촉한 것은 5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황 박사는 24일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과학자로서 실험실을 떠나 외도의 길을 걸은 시간을 참회하며 연구에만 매진해 왔다. 염치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국민이 연구 기회만 주신다면 속죄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훌륭한 연구 성과를 내 빚을 갚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2006년만 해도 한국이 유일했는데 지난 3, 4년간 미국 영국 중국 호주 러시아 등 최소 5개국 이상에서 복제배아를 만들었다. 지금 전 세계는 정보기술(IT) 혁명에 이어 줄기세포 연구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질주하고 있다”고 전하며 “그동안 국내 연구는 못했지만 외국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선진국들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기술 축적을 이뤄 놓았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세계 최고 연구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국민께 사죄하는 마음으로 연구에 생의 마지막을 바치고 싶다. 연구 기회를 주실 것을 간절히 엎드려 간청한다”고도 했다.


황 박사는 “서울대에서 복제 분야에만 집중했던 연구를 지난 6년간 복제를 포함해 배양까지 이르는 전 과정에 몰두해 이제는 다른 기관의 협조 없이도 순수하게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에서 파면된 뒤 경기 용인시에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을 설립해 2008년 5월 21일 세계 최초로 죽은 개의 냉동체세포로 개를 복제하는 애완견 상업복제에 성공하고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17편도 국제학술지에 발표하는 등 연구를 계속해왔다. 이종장기와 바이오장기 연구를 위한 ‘다중유전자 발현 복제 미니돼지 생산’으로도 주목받았다. 황 박사는 2008년 8월 인간체세포배아복제 연구 승인 신청을 냈으나 불허됐으며 2010년 5월 줄기세포주 등록 신청을 냈으나 또다시 거절당했다.


용인=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황우석 재판’ 어떻게 됐나

 

 

황우석 박사는 2006년 6월 사기와 연구비 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 2심 재판에서 사기는 무죄, 연구비 일부 횡령과 생명윤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았다. 1심 판결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항소심 재판에서는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 2심 재판부 모두 ‘줄기세포 조작에 황 박사가 개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없는 것을 있다고 속여 연구 후원금을 끌어왔다는 혐의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해 사기 혐의는 벗었다. 후원금(5억1000만 원) 횡령과 관련해서는 ‘사적으로 쓴 적은 없지만 일부 용도가 변경 사용되었다’고 일부 유죄를 받았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벗지 못했다.


황 박사는 후원금 횡령, 생명윤리법 위반과 관련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그는 “후원금이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들어올 경우 횡령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어 내 경우도 해당되지 않는지 대법원 판단을 묻기 위해 상고했다”고 했다. 생명윤리법 위반과 관련해서는 “환자 동의하에 난자를 제공해준 병원에 내가 답례 차원에서 과배란유도호르몬을 기증한 것이 ‘거래’로 잡혔다. 국가생명윤리위원회 관계자에게 자문까지 해서 한 일이었는데 재판 과정에서 인정이 안 돼 역시 대법원 판단을 묻기로 했다”고 상고 배경을 밝혔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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