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이먼 매키 대사 인터뷰… “한국의 빠른 문화 배우고 싶다”

발행일: 2011-03-30  /  기고자: 허문명
면종:

 

 

 

“아일랜드 위기 원인은 부동산거품… 지속적인 개방정책으로 극복할 것”


서울 종로구 수송동 주한 아일랜드대사관 에이먼 매키 대사(41·사진)의 책상 위에는 세계적인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한국어판이 놓여 있다. “(한국어로) 읽을 수 있느냐”고 묻자 “물론, 노(웃음)”라고 답했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 “문학은 아일랜드 국가 자존심의 근원이다. 제임스 조이스, 사뮈엘 베케트, 윌리엄 예이츠, 조지 버나드 쇼 등 걸출한 작가를 배출했다.”


아일랜드인은 문화적 자존심이 높다. 한때 유럽의 최빈국이었으며 영국의 식민지였다는 상처는 2006년까지 10년 동안 연평균 6∼7%에 이르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씻기는 듯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휘둘리면서 유로존 16개국 중 처음으로 ‘경기 후퇴’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 11월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라는 ‘굴욕’을 당했다. 지난달 25일 총선에서는 집권 여당인 공화당이 의석의 65%를 내주며 대참패해 통일아일랜드당과 노동당의 연합정부가 탄생했으며 9일 통일아일랜드당 엔다 케니 대표(59)가 새 총리가 됐다. 공화당이 집권당 자리를 내준 것은 1932년 이후 처음이다.


매키 대사는 “고속성장에서 급전직하한 충격으로 국민들은 ‘공포’와 절망에 사로잡힌 상태다. 현 상태에 대한 모든 불만이 정치로 몰렸기 때문에 총선에서 여당의 참패는 예견된 것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아일랜드 위기의 원인을 부동산 거품이라고 진단했다.


“유로존에 가입하면서 유로 국가들의 잉여자산을 싼 이자로 쓸 수 있게 되자 너도나도 돈을 빌려 집을 샀다. 그러다 금융위기가 닥치자 10억 원 하던 집값이 6억 원으로 떨어졌고 자연히 은행이 부실화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위기를 겪으면서 아일랜드인들은 건전한 금융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욕심과 분에 넘치는 대출은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아일랜드는 외국 투자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는 나라로도 유명하다. 그에게 ‘과도한 규제 완화가 외풍에 취약한 계기가 되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2009, 2010년 외국인 투자는 오히려 15% 늘었다. 1000여 개 다국적 기업이 포진하고 있다. 유럽 내 법인세 최저(12.5%) 등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정책은 그대로 지속할 것이다. 지속적인 개방정책으로 아일랜드의 위기도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아일랜드국립대에서 경제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2008년 부임했다. “한국의 공격적이고 빠른 문화를 배우고 싶다”는 그는 “한국 음식 중에서 매운 낙지볶음을 좋아한다”고 한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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