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문명 기자의 사람이야기] 돌아온 ‘왕의 남자’ 이재오 의원 동행인터뷰 ②

발행일: 2010-08-07  /  기고자: 허문명
면종:

 

주위에서 "다음 일정 때문에 인터뷰를 계속 할 수 없다"는 재촉이 이어졌다. 시간에 쫓겼지만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정권 재창출 십자가 져야 한다면?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차기 대권후보로 밀것이라는 말도 있다.


"문수? 문수와 친하지. 친한 정도가 아니라 동지니까. (근데) 내가 민다고? 허허허."


-대통령과 박근혜 전대표가 회동한다고 한다. 뭘 합의했으면 좋겠나.


"두 사람이 알아서 하겠지."


-박대표는 어떤 사람인가?


"좋은 분이지. 좋은 분이지." 그는 두 번에 걸쳐 반복했다.


-한나라당이 분열로 국민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정당이란 게 엎어졌다 자빠졌다 하는 거니까. 무너지지만 않으면 그 안에서 작은 울타리야 수없이 넘나드는 거니까."


-이번 선거 끝난 후 대통령과 통화했나.


"뭐하러 하겠어?"


-지난 지방선거가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있었다.당정이 잘한거와 못한거를 짚어달라.

"한나라당이 좀 더 잘하라는 거지."


-뭘 못했나.


"경제를 살리겠다고 정권을 잡았는데. 큰 틀에서 나라경제는 살렸지, 세계경제위기속에서 정상을 회복했으니까. 하지만 그 그늘에서 어려운 사람들은 계속 처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국민이 희망을 못 가졌지."


-직언하는 참모들이 없다고들 하는데.


"역대 대통령마다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대통령이 국민 뜻을 모를 리가 있나 잘 알지."


-앞으로 당에 분란을 일으키는 일은 없다고 했다. 무슨 뜻인가.


"나 때문에 당내 갈등을 일으키는 일은 없게 하겠다 이 말이지."


-그래도 정권재창출을 위해 십자가를 져야 한다면 져야 하는 거 아닌가.


"물론이다. 하지만 그 방법을 성숙되게 하겠다는 거다."


-어떻게?


"그걸 다 가르쳐주면 어떻게 해?(웃음) 설득하고 타협하고 양보한다는 말이다."


-개헌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자는 의견이 많잖은가. 국민들도 원하고."


-국민들은 민생을 원하지 않나?


"그건 야당이 하는 소리인데…. 민생과 개헌은 별개다. 개헌한다고 민생 안 챙기는 것은 아니다. (개헌은) 정치 체제가 선진국으로 넘어가는데 있어서 현재 정치 체제가 걸 맞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다. 그 어떤 문제에서도 민생은 늘 챙겨야 하는 거다."


-정치인에게 권력은 필수인데 마치 권력을 비워놓고 내려놓아야할 것으로 생각하시는 듯하다.

"권력은 일을 위한 도구지 누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런 올바른 권력관을 가진 사람이 그동안 왜 오만하게 비쳤을까.


"내가 수양이 부족했겠지? 허허허"


그의 다음 행선지는 은평구 보훈회관이었다. 그는 이웃을 대하는 데 허물이 없었다. 권력의 언어가 아닌 서민의 언어로 그들과 젖어들었다. 인터뷰 때 보여주었던 약간의 불편함은 온데간데없이 그의 표정에서 생기가 느껴졌다. 그런 그를 보며 '권력 중심부'라는 또 다른 현장에서 '인간 이재오의 진정성'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궁금해졌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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