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짜달러 가려내는 「신의 손」
1백달러짜리 지폐 한다발을 부채처럼 펴놓고 한장한장 끝자락을 더듬어 가는 손가락과 눈길이 자못 심각하다.
막바지쯤 갔을까, 일순 그의 온 신경이 달러 한장에서 멎는다. 확대경을 대보니 인쇄가 흐리고 바탕색도 다른 게 영락없는 위조지폐다.
지폐 다발에서 가짜돈을 찾아내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20초.
『아무리 정교하게 위조해도 종이 질은 못 속여요. 위조지폐는 매끈매끈한 감촉이어서 철이 섞여 까칠까칠한 정상지폐완 다르지요』
외환은행 본점 외환부 출납계 서태석 대리(53).
27년 경력의 국내 최고이자 유일한 위조달러 감식 전문가다.
2년전까지만 해도 하루평균 그의 손을 거치는 1백20만달러 중 많아야 2백달러였던 위조지폐가 요즘엔 8백∼1천달러로 늘었다.
그가 위조달러를 처음 만진 것은 카투사로 주한 미군부대에서 경리일을 맡아보던 지난 64년.
미군사병 한명이 20달러짜리 지폐 한장을 들고 와 동전으로 바꿔달라고 했다. 지질과 인쇄상태가 이상해 자세히 보니 위조지폐였다. 그 일로 부대에서 감사장을 받았다.
『그후 위조지폐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제대할 때까지 달러를 만지다보니 가짜를 보는 「눈」이 생기더군요』
돈과의 인연은 자연스럽게 그를 은행으로 이끌었다. 그동안 그가 잡아낸 위조지폐는 부지기수. 그중에서도 지난 81년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2백만달러가 가짜돈이었음을 밝혀 낸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김포공항에서 달러뭉치가 담긴 마대자루들을 들어보니 무게가 다르더라구요. 만져보니 아니다 다를까 가짜였어요』
조사결과 돈 운반을 맡은 미국 운반용역회사가 도중에 기내에서 위폐와 바꿔치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힘든데다 남들이 잘 알아주지 않는 일이다보니 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며 『정년이 5년밖에 안 남았는데 내가 떠나고 나면 또 누가 이 일을 계속할 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허문명 기자〉
세계적 수학자 김민형 英워릭대 교수 “수학을 이해하면 삶이 행복해진다” | 2020-10-21 |
“北통지문 많은 것 감춰…감청 내용 공개해야” 남북회담 전문가 김기웅 | 2020-10-21 |
[이런일 해요] 외환은행 본점 외환부 출납계 서태석 대리 | 1996-04-08 |
[이사람] “회사대표는 판매원 입니다” | 1994-07-18 |
[이사람] 대영포장 상무이사 김도욱씨 '재생가능 「무공해 상자」개발' | 1994-0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