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사람] 현대상선 일반화물선부 과장 채지숙씨

발행일: 1994-02-14  /  기고자: 허문명
면종: 경제
 

◎“「선박업무 10년」… 여자라고 못 하나요”/ 화물선적 하역 등 총괄… “기상이 가장 신경쓰여요”


『다음 주중에 한국에서 미국 서안까지 갈 수 있는 배를 찾고 있어요. 3만7천t급 정도면 될것 같고 인선(배를 받는 곳)은 인천이고 반선(배를 되돌려 주는 곳)은 밴쿠버입니다』

현대상선 일반화물선부 채지숙 과장(35)의 업무는 이렇게 배를 찾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업체로부터 주문받은 물건을 가장 빠르고 정확히 운반할 수 있는 배를 적절한 가격으로 계약해야 선적 항해 하역 등 다음 업무를 진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십척씩 텔렉스로 들어오는 배의 리스트를 열람한 뒤 「이 배다」싶으면 관련 국내외 브로커들과의 거래를 시작한다.


채 과장은 『운송에 가장 적절한 배를, 그것도 저렴한 가격에 계약을 끝냈을 때 제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녀에게는 현대그룹의 홍일점 과장이라는 꼬리표 외에도 「배에는 여자를 안 태운다」고 할 정도로 여자들에게는 배타적이고 생소한 배에 관련한 업무를 어떻게 10년이나 넘게 해나가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함께 덧붙여진다.


『84년 입사이후 줄곧 이 분야에서만 일해왔죠. 처음엔 「남자직원으로 바꿔달라」 「여자하고 어떻게 일을 하느냐」며 상사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브로커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업무경력도 쌓였고 브로커들에게 인지도도 높아졌다. 그래서 지금은 「여자라서 일로부터 원천봉쇄 당하는」 일은 없어졌다.


『일단 계약한 배가 항해를 시작하면 기상에 제일 신경이 쓰이지요. 폭풍을 만나 항해에 차질이 생기면 하루 수백달러에 달하는 돈이 그냥 날아가니까요』

배가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그 다음부터는 부두에서 제대로 짐이 계약업자에게 전달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하역인부들의 급여정산까지 해야 업무가 마무리 된다고 한다.


『모든 업무가 그렇겠지만 경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국내외 배에 관한 정보를 우선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때 그때 달라지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려면 일단 신속한 상황판단이 중요하거든요』

해외시장과 시차를 맞춰야 하는 불규칙한 업무특성 때문에 저녁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있어야 하는 일이 많다는 그녀는 여가가 생기면 어학연습과 독서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말했다.


『과장 승진할 때 주변에서 「여자가 관리자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더군요. 성실한 대인관계를 우위에 두는 만큼 그 같은 우려와는 달리 무리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입사동기 여자동료 5명을 포함,그 후에 간헐적으로 입사한 여자후배 10여명이 모두 퇴사했다는 채 과장은 『이제는 여자들도 주어진 상황에 안주하거나 불만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도전적이고 책임감있는 일처리로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문명 기자>


목록

댓글 0개 / 답변글 0

댓글쓰기

‘ 인터뷰 ’의 다른 글

세계적 수학자 김민형 英워릭대 교수 “수학을 이해하면 삶이 행복해진다” 2020-10-21
“北통지문 많은 것 감춰…감청 내용 공개해야” 남북회담 전문가 김기웅 2020-10-21
[이사람] 현대상선 일반화물선부 과장 채지숙씨 1994-02-14
권중희씨 「억류」속 안씨 일문일답 “최종배후 밝히니 후련…” 1992-09-24
영장 발부된 강기훈씨 인터뷰 “김씨 수첩 검찰제출때 처음봤다” 1991-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