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중희씨 「억류」속 안씨 일문일답 “최종배후 밝히니 후련…”

발행일: 1992-09-24  /  기고자: 허문명
면종: 사회
 

◎ 이 대통령 만난 뒤 결심 굳혀/정치적으로 이용당했다 생각


본사취재진이 백범암살범 안두희씨(75)를 만나 이 사건의 「가려진」 배후에 대한 증언을 듣게된 것은 23일 오후 5시 경기도 가평에 있는 한 농가에서였다.


당시 안씨는 민족정기구현회 권중희 회장(56) 일행 5명에 둘러싸여 있었으며 이미 권씨 등에게 새로운 배후증언을 한뒤였다.


확인결과 안씨는 이날 아침 인천의 집에서 아침운동을 나가다 권씨 일행에게 이곳까지 끌려왔으며 안씨의 부인 김명희씨(59)는 『남편이 권씨 등에게 남치돼 갔다』고 경찰에 신고를 한 상태였다. 따라서 안씨의 진술이 과연 자유로운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며 그 임의성이 보장될 수 있는지에 대해 신경을 써야했다.


다음은 이날 안씨와 나눈 일문일답.


­지금에야 최종배후를 밝히는 이유는….


『고혈압과 대상포진증으로 몸이 많이 쇠약해진데다 지난 7월 일사병에 걸려 죽을 고비를 겨우 넘겼다. 죽기전에 진실을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다』

 

­여러차례 진상규명을 회피해오지 않았는가.


『당초 나는 백범을 정치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으면서도 암살 등 테러에는 반대했었다. 의리를 지키겠다는 뜻에서 입을 열지 않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니 정치적으로 이용당했다는 생각이 든다』

 

­백범 암살모의에 가담하고도 한동안 범행을 망설인 이유는….


『당시 본처가 임신한 몸으로 돈을 벌려고 제주도까지 행상을 다니다 유산했다. 불쌍한 아내와 월남한 이복동생 등 가족을 두고 죽기는 억울했다』

(안씨는 이 말을 하며 한참동안 흐느껴 울기도 했다)

 

­이승만대통령을 직접 만난뒤 확실한 결심을 굳혔나.


『나를 환대했고 백범을 시해하라는 시사를 받았다. 대통령이 뒤에있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안심이 됐다』

­오늘 권씨 등에게 납치당했는가.


『언젠가는 진실을 밝히려고 생각했기 때문에 권씨가 가자는 대로 따라왔다』

­부인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지금 권씨를 찾고 있는데….


『납치는 무슨 납치…. 찾긴 왜 찾아』

(이때 권씨는 취재진에게 『안씨가 농가에 도착한지 2시간만에 암살배후에 대해 스스로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고 밝혔다.)

 

­장은산 포병사령관의 암시대로 자살하지 않은 이유는….


『백범을 암살한 뒤 창밖을 보니 맑은 하늘에 뭉게구름이 피어있었다. 「자유」가 그리웠다. 법정에서 백범을 죽인 이유를 밝히고 싶었다』

 

­헌병대에서 왜 진술을 거부했는가.


『당시 백범계열의 장흥이 사령관이어서 헌병대가 싫었다』

 

­사후 신변안전 등의 보장을 받았는가.


『그런적 없다』

(권씨는 안씨의 진술도중 여러차례 진실을 제대로 털어 놓으라고 윽박질렀으며 그때마다 기자는 권씨를 밖으로 내보내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지금까지 범행의 전모를 가족들에게 이야기 했나.


『가족들은 나 때문에 사회적 지탄을 받고 미국으로 이민갔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솟구친다. 왜 자식들에게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겠는가』

­

현재 심정은….


『다 털어놓으니 후련하다. 앞으로 더 들을 이야기도 없을 것이다』

 

<가평=허문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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