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깁정은 신년사분석 1-새로운 길

발행일: 2019-01-06  /  기고자: 허문명
면종:

  

   오랫동안 글을 올리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찾아주신 분들에게 감사인사 올립니다. 새해를 맞아 부지런히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올해도 남북관계는 한반도 지형을 흔드는 대형이슈가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 신년사를 꼼꼼히 분석해 시리즈로 정리하고자 합니다. 이미 언론들이 다루긴 했지만 한발 더 깊이 들어가 외신들까지 종합 분석한 것까지 정리하다보니 국내 언론들에는 보도되지 않은 많은 의미들이 담겨있었습니다. 우선 그가 제시한 새로운 길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 첫 번째 주제입니다.

   

워드로 읽는 2019 김정은 신년사 1-“새로운 길

 

   지난해 2018년 김정은의 대한민국 방문이 무산되고 북미 핵협상이 교착상태에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어서 그런지 그 어느 해보다 2019년 김정은 신년사에 국내외의 이목이 더욱 집중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김정은이 말한 새로운 길에 대한 분석들에 국내외 언론들의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출처:조선중앙TV 화면캡처)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모습을 강요하려 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 도 있습니다.”(2019 신년사 중)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새로운 길은 무엇인가. 크게 세 갈래로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현재 미중 무역 갈등을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전략, 즉 북미 대화노선 대신 친중 노선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입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도 “(새로운 길이란) 핵개발로 복귀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제재 해제 문제와 관련해 설득할 수 있는 힘도 있고 의지도 있는 나라들, 이를테면 중국 러시아와 같이 대응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북한전문 인터넷 매체 38노스도 비슷한 분석을 했습니다. 이 매체는 김정은, 2019 신년사에서 전략적 폭탄선언을 하다는 제목으로 뤼디거 프랑크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 교수의 논평 기사를 실었는데 프랑크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김정은은 (새로운 길이란 언급을 통해) 트럼프에게 당신들은 우리 안보와 경제 개발의 유일한 대안이 아니야. 만일 당신이 협력을 거부한다면 우리는 당신으로부터 등을 돌려 중국으로 갈거야. , 그리고 우리는 대한민국을 함께 데리고 갈거야

  제게 가장 꽂히는 대목은 바로 맨 마지막 말, 대한민국을 함께 데리고 갈꺼야라는 대목이었습니다. 새로운 길로 전환할 경우 대한민국이 휘말려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니까요.


  새로운 길에 대한 두 번째 추정은 이참에 핵 보유국을 선언하고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 군축협상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번에 김정은이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선포한 대목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이것이야말로 전형적 '핵 보유국' 논리라고 했습니다.  

  태영호 전 공사도 김정은이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하면서도, 바로 뒤에 다른 길을 모색할 수 있다며 공갈 대목을 끼워 넣은 점을 주목한다이는 김정은이 2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강력한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동시에 만약 회담 전까지 미국과 북한 사이 타협점이 보이지 않는다면 차라리 2차 회담에는 나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정반대로 김정은이 경고성 멘트를 날리긴 했지만  무게중심의 대부분은 북미 대화에 방점이 있는 것이지 당장 새로운 길로 가겠다는 뜻은 아닐 것이라는 반대의 추정도 있습니다. 이것이 새로운 길에 대한 세번째 추정입니다. 신년사 발표 직후 CNN이나 로이터(REUTER)같은 미국 영국의 주요 언론이 이런 논조의 비평을 내놓았습니다.

  실제로 신년사를 꼼꼼히 훑어 보면 나는 앞으로도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안을 준비가 되어 있으며 반드시 국제 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와 같이 북미대화를 고대하고 있다는 얘기를 한참 하다가 만일..” 하며 마지막 문장에 새로운 길을 언급하며 어쩔 수 없이 부득불이나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 도 있습니다처럼 완곡에 완곡을 거듭한 표현을 한 게  주목됩니다.  정말 새로운 길을 가겠다기보다 우리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새로운 길도 갈 수 있다는, 일종의 추상적 위협이지요.

 2018년 신년사에서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처럼 직선적이고 공격적인 문장과는 선명히 대비되는 표현입니다.

 

김정은 신년사는 국제정세에 대한 치밀한 분석의 산물

 

   보도에 의하면 북한 외교관들은 미국 중간선거 이후 상하원의 대북정책의 변화기류, 최근 트럼프의 대북관계에 대한 발언, 매티스 국방장관의 사퇴 이후 한반도정책 변화가능성, 한반도 전문가들의 발언이나 기고문 수집 등에 분주하다고 합니다.

   영국, 프랑스 등에 있는 북한 외교관들도 영국 프랑스 정부를 통해 미국을 간접적으로 탐색하느라 바쁘다고 합니다.

   정세가 변한 만큼 2018년 신년사와 2019년 신년사는 완전히 판이합니다. 글의 구조, 순서,핵심내용, 키워드, 방향, 우선순위 등에서도 매우 판이할 뿐 아니라 정교합니다. 김정은 신년사는 국제 정세에 대한 치밀한 분석의 결과물로 보입니다. 특히 미중패권 갈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 그렇습니다.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계를 평화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 협상도 적극 추진하여처럼 중국을 포함하는 4자회담을 거론한 것은 미-중을 동시 겨냥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새로운 길은 혼란의 길이자 위험한 길

 

    ‘새로운 길이란 메시지는 아직 미완성입니다. 위의 세 가지 추정을 모두 포함할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의미일수도 있습니다. 아직 플랜이라기보다는 개념수준입니다. ‘상자는 상자인데 내용물이 없는 상자라고 할까요.

   사람의 인생에서나 국가전략에서나 새로운 길은 대부분 혼란스러운 길이자 리스크가 따르는 위험한 길입니다. 그러므로 김정은은 새로운 길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민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면에선 나랏일이 제대로 안 풀린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그러나 그 와중에도 국내외 정세를 종합적으로 분석, 대안을 세우고 주도적으로 정세를 타개해 나가려는 의지와 전략적 마인드는 우리 정부가 배워야할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2편에서는 신년사 두 번째 키워드 경제와 자력갱생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이번 시리즈의 목차입니다.

 

1 새로운길

2 경제와 자력갱생

3 비핵화

4 조용원 김여정 김창선은 누구인가

5 한미군사훈련 전략자산전개 중지

6 제재완화

7 남북교류와 방남

8 국방력의 강화

9 김영철의 운명

10 지난해 비핵화 정국의 승자와 패자는 누구였나


마치며-2019 북미, 남북 관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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