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명의 프리킥]2017년 대선의 ‘핵심 변수’ 김정은
발행일: 2016-10-21 / 기고자: 허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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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역사상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팽창 관문이자 쟁탈의 요지(要地)였다. 고대는 물론 근현대를 거치는 동안 미국 중국 일본 소련 등 강대국이 각축하면서 전란(戰亂)이 몰아쳤고 갈등과 대립이 격화됐다. 지금도 한미일이 북중러와 대결하는 신냉전 전선이 형성돼 있다. 여기에 북이 ‘절대무기’인 핵무기의 실전 배치를 완성해 가면서 동북아시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국면 전환의 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청와대 비서실장을 하던 10년 전과 지금의 안보 상황은 비교할 수 없다. 아버지 김정일만 해도 협상을 했고 이미 완성한 핵 기술을 꺼내놓을 때 정치적 효과를 계산했지만 김정은은 거침이 없다. 1월 6일 4차 핵실험 이후 9개월 동안 무려 21회 핵미사일 로켓 실험을 한 뒤 9월 9일 5차 핵실험으로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을 정도로 모든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최종 목표를 향해 치닫고 있다. 북 외무상은 유엔 연설에서 대놓고 “핵무기는 정당한 자기 방어다. 절대 포기 안 한다”고 공표했다. 미국 전쟁전략의 메카 ‘랜드 연구소’는 북이 4년 후 핵무기 100개를 보유할 것이라 했다. 김정은의 북한은 이제 돈이나 달라고 징징대는 말썽꾸러기(trouble maker)가 아니다.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균형을 일거에 뒤바꿔놓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다.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는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누가 미 대통령이 되든 외교적 첫 시험대는 북핵이 될 것”이라 했다. 미 대선 기류를 볼 때 본토까지 위협하는 북에 대한 압박 강도는 점증할 것이 분명하다. 미 국방부는 군사적 실행플랜을 정교하게 가다듬고 있음을 여러 차례 밝혔다. 내년은 북핵을 놓고 뭔가 국면 전환이 일어날 수 있다.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들이 더는 공상이나 과장이 아닌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이 북핵 시설에 대해 선제공격을 할 수도 있고, 북이 서해 5도에 특수부대를 활용한 기습공격을 하거나 한국의 주요 시설을 파괴하는 국지전을 도발할 수도 있다. “한미가 사소한 침략 징후라도 보이면 무자비한 핵 선제타격을 통해 청와대와 서울을 흔적도 없이 초토화시킬 것”이라는 북의 위협이 엄포로만 들리지 않는다.
문 전 대표는 송민순 회고록 논란을 해묵은 ‘종북 타령’으로 치부하고 있다. 하지만 건전한 상식을 가진 국민 입장에선 북핵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한마디 비판도 없이 박근혜 정부를 향해 ‘참여정부만큼만 하라’는 문 전 대표의 대응 논리가 다가오지 않는다. 참여정부를 정치적 비전으로 내세우는 듯한 이런 논리는 대선 구도를 친노(친노무현) 대 비노(비노무현)로 가를 게 뻔하고 친노를 안보불안 세력으로 인식하는 여론이 높아지면 불리한 처지에 몰릴 수밖에 없다. 많은 국민이 군통수권을 갖는 대통령의 역할을 그에게 맡기기 불안하다고 생각하면 그의 대권 가도엔 차질이 생길 것이다.다음은 안보 대통령
문 전 대표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안보가 경제보다 우선이다. 경제는 사람만 잘 써도 풀어갈 수 있지만 안보와 외교에 관한 마지막 결정은 결국 대통령이 해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다음 대통령은 국제 정세에 정통하고 북핵에 대한 해법과 이를 밀어붙일 수 있는 강한 결단력을 갖춰줬으면 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아직 마땅한 후보는 보이지 않는다. 2017년 한국 대선의 핵심 변수는 김정은이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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