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북한을 지원하는 중국의 이중적 처신은 불신을 불러일으킨다. 사드 배치에 대해 ‘소국인 한국이 어찌 대국의 뜻을 거스르려 하느냐’는 식의 국가 간 갑질 행태를 접하고 보니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게 더 이상 믿음이 가지 않는다. 베이징의 기류 변화가 있는 것 같긴 하다. 아마도 강경 대응 입장에서 일보 후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 정상회담에서의 태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시 주석이 내건 주변국 외교 전략은 ‘친밀(親)·성실(誠)·혜택(惠)·포용(容)’이었다. 거창한 수사와는 달리 실제로는 ‘힘의 외교’로 주변 거의 모든 나라와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과 함께 아시아 3대 강국인 일본과 인도는 중국을 등지고 미국과 손잡은 지 오래다. 시 주석의 국가전략 일대일로(一帶一路·신실크로드)상에서 핵심 길목이라 할 수 있는 인도의 친미(親美)와 군비 팽창은 중국으로서는 거대한 걸림돌이다.
세계 4위 군사대국인 인도는 지난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한 데 이어 얼마 전 중국 국경 지역에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대거 배치했다. 지난달 29일엔 미국에 군사기지를 개방하는 군수보급 협약까지 맺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전날인 3일 인도 총리로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패권 확장을 막기 위한 다양한 연대 방안을 모색한다.
베트남도 지난해 6월부터 주요 항구에 미국 인도 군함들이 정박할 수 있게 했으며 미 해군 탐사선의 다낭 항 탐사 활동도 허용했다. 미국, 베트남 군인과 해양경찰은 정례적으로 훈련과 작전을 같이 하기로 했다. 1993년 미군기지를 철수시켰던 필리핀은 올 1월 8개 군사기지를 미군이 사용하도록 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