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은 누굴 밀고 싶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외교 안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는 데 있다고 본다. 한 게 별로 없는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로 탄탄하다는 점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본보를 포함한 대부분 신년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국정 평가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항목이 ‘외교 안보 통일’ 분야였다.
따지고 보면 가부장제 문화가 뿌리 깊은 한국에서 여성 지도자가 안보와 외교 능력에 국민적 신뢰를 주지 못했다면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박 대통령이 10·26 직후 아버지 서거 소식을 들은 뒤의 첫마디가 “전방은요?”였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안보 본능’을 잘 표현해 주는 대목이다.
돌이켜 보면 미중 대결이 격화되는 와중에 외교 안보적 좌표를 잡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박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전시작전권 전환 연기를 포함해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중국과의 관계 진전을 이뤄냈다. 후유증이 있긴 하지만 위안부 문제도 일단 매듭지었다.
권노갑 더불어민주당 고문도 기자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야당 지도자가 수권 정당 지도자로서의 자격을 갖추려면 외교 안보 통일의 임무 수행 능력을 보여 주는 게 중요하다. 김대중(DJ) 대통령도 용공으로 낙인찍혀 평생 고생하다 보수 정치인인 김종필(JP)과도 손잡고 ‘뉴 DJ’플랜도 만드는 등 갖은 애를 써서 대통령이 된 것 아닌가. 한국의 대통령은 ‘국군 통수권’을 갖고 한미동맹을 기초로 북한을 다뤄야 하는 자리다.” 한국 정치의 본질을 꿰뚫는 예리한 통찰이다.
野에 軍통수권 맡길 수 있나
6일 세계를 경악하게 한 북한의 도발에서도 드러났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안보가 경제보다 우선이다. 경제는 사람만 잘 써도 풀어갈 수 있지만 안보와 외교는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한다. 야권 후보들은 국민들에게 군 통수권을 잘 행사할 수 있고 통일 외교를 여권 후보들보다 더 잘할 수 있음을 보여야 이길 수 있다. 행정학을 전공한 오연천 전 서울대 총장은 사석에서 이런 말을 하곤 한다. “한국의 대통령은 외교 안보 통일 임무가 전체 업무 중 70% 이상을 차지한다. 그 비중은 더 높아갈 것이다.”
‘반기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가 뜨는 진짜 이유, ‘반기문 현상’에 담겨있는 메시지를 여야 정치인들은 주목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