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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고성 산불 / 불티에 공든 탑 무너진다

발행일: 2005-04-07  /  기고자: 허문명
면종: SH 섹션면
강원 양양 낙산사가 순식간에 불에 타는 충격적 모습을 보고 많은 문화재들을 소장하고 있는 사찰의 방재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인재(人災)든 천재(天災)든 일단 사찰에 불이 나면 ‘사찰은 물론이고 문화재가 탄다’는 차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2002년부터 전국 사찰의 불교문화재 소장 실태를 조사해온 문화재청과 ‘불교 조계종 문화유산 발굴조사단’에 따르면 2004년 말 현재 조사를 마친 강원 전북 충남 제주지역의 사찰에서 모두 1만5197점의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시도 지역 사찰에 대한 조사는 2011년까지 계속된다.


전문가들은 산 속에 있는 사찰에 화재가 나면 소방차 등 외부의 지원을 받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초기 진화를 위한 자체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찰들은 소화기나 소화전 등 기본 장비만 갖추고 있는 데다 이것 역시 낡거나 용량이 작아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사찰에는 일반 건축물에 적용되는 소방법과 구분해 문화재의 특성에 맞는 소방시설을 갖추도록 하는 ‘문화재소방법’(가칭)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대부분의 산중 사찰들은 소방도로가 미흡해 소방차의 접근이 어려워 초동 진화가 쉽지 않다. 지난해 10월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우상호(열린우리당) 의원은 “국보급 사찰 13곳을 분석한 결과, 소방차 진입에 드는 시간이 일반적으로 초기 화재진압 기준인 ‘5분’이내였던 곳이 경남 양산 통도사 대웅전(국보 제290호)과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국보 제52호) 두 곳뿐이었다”며 “나머지는 8∼30분이 걸렸으며, 소방헬기의 접근도 통도사만 5분 이내에 가능하고 다른 곳은 10∼40분씩 소요됐다”고 밝혔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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