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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창건 1200주년 / 호국-중생구제 설파한 한국불교 종가

발행일: 2002-10-02  /  기고자: 허문명
면종: SH 섹션면

한국불교의 종가(宗家)인 해인사가 1일로 창건 1200주년을 맞았다. ‘해인(海印)’은 ‘일렁임이 없는 바다에 만물의 형상이 그대로 비치는 것과 같이 번뇌가 없는 마음에 만물의 이치가 그대로 드러 난다’는 뜻으로 화엄경의 ‘해인삼매(海印三昧)’에서 따 온 이름.기업, 나라, 상표명 등을 통틀어 단일 브랜드가 1000년을 훌쩍 넘겼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무게가 남다르다. 더구나, 그 역사는 신라 후삼국 고려 조선 4대 왕조가 바뀌고 수많은 국란과 크고 작은 전쟁이 잇따랐던 파란의 역사였다. 창건 1200주년을 맞아 해인사의 어제와 오늘, 미래를 조망해 본다.

 

 

▼창건▼

 

서기 802년 신라 제40대 애장왕 3년 때 순응(順應), 이정(利貞) 두 스님이 가야산에 초당을 지은 데서 비롯된다. 고려를 세운 태조 왕건은 당시 주지 희랑(希郞)이 후백제 견훤을 뿌리치고 도와준 데 대한 보답으로 국찰(國刹)로 삼았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1399년에 강화도 선원사에 있던 고려팔만대장경을 해인사 장경각으로 옮겨오면서 부처님 법을 모시는 법보종찰(法寶宗刹)이 되었다. 근세에는 불교 항일 운동의 근거지이기도 했다.


창건 이후 일곱 차례 대 화재를 만나 그때마다 중창됐다. 몇 차례 화재 속에서도 장경각만은 화를 입지 않았다. 현재 건물들은 대개 조선 말엽 것들로 총 30여동에 이른다.


해인사는 여름 겨울 결제 때는 500여명, 평소에는 300여명이 정진하는 우리나라 최대 수행도량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12교구 본사로서 백련암 홍제암 원당암 약수암 등 16개 산내 암자와 130곳의 말사를 두고 있다.


 

▼인재 불사▼

 

해인사는 한국 불교의 대표 인물들이 배출된 곳이다. 신라의 최치원, 고려의 대각국사 의천과 이규보, 조선의 사명대사와 추사 김정희까지 이곳에 행적을 남기고 있다. 근세 선 사상을 중흥한 경허선사(1849∼1912)도 1899년 선원 조실로 초대되면서 인연을 맺었으며 일제 때는 선사이자 율사, 독립운동가였던 용성 스님(1864∼1940)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동산 자운 고암 성철 일타 스님 등이 모두 그의 제자들이다. 용성 문중은 현재 전국 사찰에 흩어져 한국 불교를 이끌고 있는 최대 문중이기도 하다.


한편 해인 선원에서는 청담 효봉 혜암 법전 등 역대 종정과 총무원장이 배출됐고 전국 승가대학에서 가장 많은 동문을 배출한 해인 승가 대학(강원)은 운허 지관 월운 법홍 스님 등이 강주(講主)를 지냈다.


승려 사관학교라 불리는 해인사는 우리나라 최초(1946년) 종합수도원이다. 선원(禪院) 강원(講院) 율원(律院)이 함께 있어 총림(叢林)이라 부른다. 총림이란 나무들이 모여 함께 자라는 것으로 초목이 어지럽게 자라는 것을 막는다는 의미. 6·25전쟁 때 해체되었다가 1967년 다시 만들어졌을 때 성철스님이 초대 방장을 지냈다.


 

▼해인사의 오늘▼

 

해마다 10월1일 개산조(開山祖) 순응, 이정 두 조사와 역대 조사 등에게 제(祭)를 올려 왔다. 올해도 1일 오전 11시 대적광전에서 스님 신도 등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법요식이 열렸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라마는 링 린포체 스님을 통해 해인사가 ‘평화와 희망의 복전(福田)’이 되달라는 축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올해 행사에는 학술세미나, ‘임제록’ 강좌, 티베트 만다라 특별전, 차 시연회 등이 열렸으나 1200주년이라는 무게에 비해 아쉬울 정도로 조촐해 아쉬움을 남겼다.


주지 세민 스님은 “해인사는 지금 화려한 역사를 바탕으로 불교 문화의 계승과 전수, 내실 있는 교육 및 새로운 시대의 화두인 타 종교와의 연계와 불교의 국제화 등 많은 고민 앞에 서 있다”며 “명실상부 해인사가 한국불자들의 정신적 귀의처가 되고 국제 사찰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합천〓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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