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최근 과격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시위문화에 대해서도 차제에 재점검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잉진압의 배경〓이번 대우차 노조원 폭력진압은 최근 거듭 천명돼온 정부의 시위엄단 방침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정부는 3월 3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이한동(李漢東)총리 주재로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초강경 시위진압 방침을 선언했다. 정부는 그날 회의에서 정부의 평화적인 시위정착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위가 과격성향을 띠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경찰은 또 3월초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폭탄화염병 제조법이 오르자 직접 실험까지 해가며 살상위험이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에서 열린 ‘민중대회’에는 ‘고무충격총’을 진압경찰이 휴대토록 해 논란을 빚었다. 또 대검공안부는 8일 서울지검에 ‘화염병 사범 특별수사단’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이번의 경우 특수한 상황에 처한 진압경찰이 감정이 격화돼 우발적으로 저지른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관할 부평경찰서장의 직위해제 선에서 책임자를 문책한 것은 이런 인식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경찰청의 주장에 따르면 △인천지법은 해고근로자의 경우 노조 사무실에 출입할 수 없다고 결정했는데 시위대 중 해고근로자가 포함돼 있었으며 △10일의 시위는 수백명이 머리띠를 두르고 가두행진을 벌인 명백한 ‘시위’였는데도 노조측이 미리 신고하지 않았으며 △진압 당일 시위대가 전의경 15명을 끌어가 무장해제시켰던 일로 전의경들의 감정이 격화됐었던 점이 폭력진압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최근의 시위양상〓대검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집회 시위는 지난해 1만3012건에 442만3000여명이 참가해 98년 1만1750건, 338만7700여명에 비해 참석인원 기준으로 30.5% 늘어났다. 98년 7684건(인원 203만명), 97년 6179건(인원 199만명), 96년 6510건(218만명) 등과 비교해 급증 추세다.
화염병 투척시위는 96년과 97년에 190건과 172건으로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다 98년 2건, 99년 7건, 지난해 8건 등으로 급격히 줄어든 양상을 나타냈으나 올해 들어서는 2월까지만 8건을 기록해 다시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 조언〓서울대 정치학과 김세균(金世均·54) 교수는 “정부는 노동계의 과격시위만 탓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고통분담이 이뤄지도록 지도층의 구조조정을 먼저 해야 한다”며 “고통분담을 제대로 이루려는 정부의 의지가 보이기 전까지 노동계와 정부간의 불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강대 경제학과 남성일(南盛日·47) 교수는 “정부는 시위대를 때려잡기식으로 몰아치는 태도를 버리고 일반국민이 생각하는 법질서 유지의 기준에 귀를 기울여야 하며 노동계도 룰을 지키며 노동운동을 벌이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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